정서영

유들유들한 덧셈

아침에 일어났는데 들판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개를 부른다. 무언가 밖에서 휙 날아가는 것을 느끼고 정신을 집중해 보니 분명 그것은 길고 거무튀튀하다. 그것이다. 점점 다가오는 그것을 나눠 놓아야 한다. 아무래도 그래야 내가 유리해진다. 그것을 둘로 부러뜨리도록 더욱 집중해 본다. 단번에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 무자비하게 부러뜨렸다는 사실 외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도록.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그 둘의 우열을 가려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부딪힐 테니. 그런데 자꾸 그자가 거슬린다. 핵심도 없이 거슬린다. 하지만 난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중요하다. 언제 그것을 둘로 부러뜨릴지, 그 순간이 중요하다. 더구나 둘로 나뉘는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강렬한 기억만 남기고 사라질 거다.
우선 어제도 지나갔던 그 여우 녀석이 오늘도 나타날 때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이건 어떤 면에서는 꽤 안전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우 녀석은 내 등뒤에 서 있는 팔각 거울 기둥 만큼이나 나의 ‘지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 녀석은 아직도 나의 ‘지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책상과 의자 두 세트를 주문하도록 한다. 이것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도록 하든, 어울리도록 하든, 아무튼 중요한 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거다. 가능하면 수염 있는 김연호 씨에게 전화를 걸어 와달라고 부탁한다. 목을 왼쪽 오른쪽으로 꺾어 우두둑 소리를 내서 불길한 기운을 쫓아 버린다. 창밖으로 눈을 돌려 저 멀리 뻗어 있는 길이 결국은 휘어져 사라지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세상엔 잊어선 안 될 일들이 있는 거다. 북쪽 창문은 30센티미터 이상 열리지 않지만 큰 활엽수를 놓아 나뭇잎이 그 앞에서 끊임없이 살살 흔들리도록 한다. 바닥을 꽉 채웠던 카펫을 말아 세웠다가 ‘쾅’ 소리 나게 쓰러뜨려 인상적이고도 무게 있는 공간을 획득해 놓는다. 코를 풀어 깔끔하게 처리하고 머릿속을 가장 이상적으로 멍청하게 조절한다. 그리고 곧 책상들, 의자들, 그리고 수염 있는 김연호 씨가 도착할 것이라는 것을 떠올려 본다. 아무도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를 떠올려 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이제 드디어 그것을 양 손에 꼭 쥘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가능하면 서로 멀리 떨어지도록 힘껏 던지도록 하자. 원래 하나였다는 건 애시당초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인 줄 알아라. 난 그것을 본 적도 없다.